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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수는 없다.

그 누가 즐거운 여행길에 올라 탄 비행기가 바다 한 가운데에 고꾸라질줄 알았겠는가

 

여기가 어딘지, 어디에 쳐박힌 건지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 예상해보자면, 이 비행기는 지금 물에 쳐박히며 생긴 충격으로 두동강이 났으며 V 자 모양으로 물에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두조각 중 하나, 비행기의 후미쪽에 남겨졌으며 다행히도 아직까진 비행기 안에 생긴 에어포켓으로 당작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좁은 공간에 얼마 남지 않은 공기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고 할수만 있다면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은 채 구조대원이 오기를 기다리며 최대한 오래 버티고 싶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대충 6-7명의 사람이 숨을 붙들은 채 산소를 소비 중이었다.

혼자만 남겨진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가장 먼처 찾아왔지만 이내 곧 생존을 위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탈출을 시도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굳이 순위를 매겨보자면 나는 하위 그룹에 속할 것 같았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 만큼 산소는 줄어들고 있었다.

 

이내 곧 다들 정신을 차리고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 중에는 상황을 비관하며 다 포기해버린 사람도 있었고

딱히 대안을 내놓지도 않으면서도 그 비관자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떻게든 될거라며 그 비난자를 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고 2-30 분정도 지나고서야 다들 어느정도 환경에 적응해갈 즈음,

객실 내의 산소는 점점 모자라져가는 것 같았고 어딘지 모르게 숨쉬기가 불편해고 있음을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처음 눈에 띄었을 때부터 뭔가 불안한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던 한명이 조용히 얘기했다.

 

반대편,,, 비행기의 앞부분에 산소 호흡기가 있어요.

 

누군가는 화를 냈다. 왜 그걸 이제야 얘기해 ? 너 혼자 몰래 가서 쓸려고 그런거지 ?

누군가는 슬퍼했다. 이 고통스런 순간을 더 이어가야한다고 ???

누군가는 기뻐했다. 됐어. 우린 구조대가 올 때 까지 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내 곧 적막함이 흐르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누가 가지러 가지... ?

 

이제 시간이 없었다. 곧 산소는 부족해질 것이고 그 때에는 희망도 절망도 없게 될 것이었다.

그 때  한 남자가 말문을 열었다.

 

'누군가는 그 산소통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요 ?'

 

'당신이 가지 그래 ? 저 사람 말을 믿을수 있는건 맞고 ? 산소 부족해지니까 내쫓는거 아니냐 이말이야'

'저 밖이 얼마나 위험할지 우린 아무도 모르잖아. 먼저 나서서 그걸 가져 오고 싶은 사람이나 있겠어 ?'

'아니 그래서 어쩌자는겁니까 ? 이대로 그냥 다 죽자는 거에요 ?'

'아니 그럼 당신이 가시라고. 정작 본인도 못 가겠으면서 부추기기는 뭘 부추겨'

 

그 때 오늘 하루 종일 시끄럽고 나대며 떠들던 사람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영화에서 보면 말야, 보통 주인공은 무모한 일을 해도 쉽게 죽지도 다치지도 않더라구. 그런데 말야, 난 항상 인생에서 조연이었어. 단 한번도 주연이었던 적이 없지'

 

'...'

 

'나라면 물에 발을 담그자 마자 없던 상어라도 갑자기 생겨서는 날 뜯어먹을게 확실해. 이러나 저러나 죽음뿐이란 말이지 나같은 놈들은.. 난 이제 신경 끄겠어 결국 망할 시나리오대로 되겠지. 누구던 망할 개스통인지 산소통인지 가져오던지 해'

 

'그딴 이기적인 말을 지껄이는 등장인물도 대부분 좋은 결말을 맞지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둬요'

 

'그러는 넌 ? 니가 다녀오던지 ? 결국 너도 저 물속에 뛰어들 생각이 없으니 주둥이만 나불대는거 아니야 ?'

 

'저는 물 공포증이 있어서 그래요.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미 난 다녀왔을거에요... 누구 없어요 ? 가서 산소통 좀 가져와요'

이 사람은 아까 대기실에서 큰 소리로 통화화며 스노쿨링을 하러 간다고 했던 것 같지만 그저 닮은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저도 아마 조연이었을거에요.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구요. 항상 뭔가 의욕을 가지고 하려고 해도 결국엔 남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더라구요. 평생을..'

 

이 여자는 아까 분명 자기 머리카락을 위자 뒤로 넘겨 나의 영화 감상을 방해하던 사람이다. 몇차례 치워달라고 했지만 자신의 자리인데 참견하지 말라며 내 정중한 요청을 일축했었다.

 

그렇게 다들 자신의 쓸모없음을 어필하며 자신이 열등감을 가졌던 상황과 그 반대 위상에 있던 대상에 대한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었던 그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조연이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지체되어 가고 산소는 점점 없어져갔다.

 

나는 생각했다.

'에이 제기랄.. 나라도 가야하는걸까, 내 인생에 있어서 나는 주인공으로 살았을까 과연 ?'

'산소통을 가져와서 모두에게 나눠주면, 그 순간이라도 난 주인공일 수 있을까?'

'잠깐이라도 주인공으로 살면 좋은걸까..?'

 

난 결심했다. 그리고 조금은 떨리지만 그래도 그 좁은 공간에 울려퍼질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다녀올게요. 나..난.. 지금이라도 한번 주인공을 해보고 싶어요. 주인공이 아니고 싶어하는 당신들과는 다르게 살겠어요 앞으로...'

 

'난 주인공이 될거에요.'

 

'다녀올게요'

 

순간 기내에는 밝은 빛이 돌았다.

수많은 조연들의 이빨이 드러나며 내 시야를 하얗게 가득 채웠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주변에 대충 간단한 책자와 몇몇 페브릭으로 내 팔다리를 감쌌다.

몇차례 심호흡을 했다.

점차 박동 치던 내 심장도 잠잠해져가는것이 느껴졌다.

 

'갑니다. 이따 봅시다.'

 

그렇게 물을 내 심장에서 먼 곳 부터 조금씩 묻혀가며 물의 온도에 적응을 시켰고,

큰 숨 한 모금을 들이쉰 채 머리를 쳐박았다.

 

소금물이지만 그 속에서 억지로 눈을 뜨면 한 3-4초 내로 적응이 되고 얼추 대강의 형상들이 차차 보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어둠 속에 자그마한 빛이 보인다.

'저기군.. 얼마 안되네 조금만 가면 되겠어.'

 

팔과 다리를 힘껏 저으며 힘차게 나아갔다.

 

'주인공은 이런 느낌이군. 뭔가 벅차오름과 두려움이 섞인 이런 감정. 새로워..!'

 

모두의 환호를 받을 상상을 하며 두려움에 가득 찼던 잠수가 이제는 즐거워질 지경이었다.

이게 도파민이라는건가 ..? 아, 아드레날린이려나...

 

이런 저런 극도의 흥분감을 느껴가며 내 눈앞의 빛의 점이 점점 커지고 또 밝아지는게 느껴졌다.

 

'됐다. 다 됐어 ! 별거 아니잖아 하하'

 

하고 생각하던 순간, 내 오른쪽에서 큰 물살이 일렁였다.

그리곤 온통 검푸름 속의 하얀 점밖에 없던 내 시야에 새빨간 선홍빛의 색채가 가득해지고 있었다.

 

난 분명 팔 다리를 휘저어 앞으로 가고 있었는데,

방향이 이상한 것 같았다.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저 멀리서 또 하나의 큰 물결이 시작되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그 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주인공이 화자인 소설들은 말이지. 주인공이 절대로 죽지 않는걸까 ?'

'죽으면 아무도 이 이야기를 전할 수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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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대회 2003  (2)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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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부산,

작년의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는 어느새 식었고 또 한바퀴 계절을 돌아 다시 여름을 맞이할 즈음

 

어느 한 초등학교에선 사생대회를 개최하였다.

무릇 초등학교의 사생대회는 나들이나 소풍, 야외 활동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한 소년에게 있어서 이 대회는 사생대회가 아닌 생사가 걸린 생사대회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소년은 장차 한국의 위대한 미술가가 되려,

매일 밤과 낮으로 연필과 붓을 이용해 세상을 한 벌 더 만들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소년의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영감, 시각적 쾌감을 안겨주곤 했는데,

그 소년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길을 가다 그 소년이 남긴 흑백의 무엇, 또는 강렬한 색채의 흔적을 눈에 담게 되면

잠시라도 그 자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의 앞에 마주한 또 하나의 세계에 머물다 오게 되는 것이었다.

 

하나의 선, 하나의 붓질이 추가 될 때 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탄성을 자아내던 그 소년의 그림은
어느새 부산의 자랑, 그리고 수영구의 자랑이 되어 있었고

그런 그림을 전념을 기해 그려내는 그 소년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이날의 사생대회도 마찬가지, 

간단한 소풍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더 이상 소풍이 아닌 소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고 발길을 사로 잡고 있었다.

 

이젤과 그 앞을 마주한 소년, 멀리서 보면 그 두개의 존재는 하나로 보였으며, 실제로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점 하나를 기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채꼴을 이루었고, 그 규모가 점점 거대해져서 공원을 가득채우게 된 그 시점에서는 그 어떤 소란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 자리의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가 부각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자리의 주인공은 오로지 그 소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는 관객이 되었고 누군가는 그림을, 누군가는 소년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누군가는 캔버스에 마찰하는 무언가의 소리를, 제각각 나름대로 그 공연을 즐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한 여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적이던 그 광경은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조금은 경외의 영역에 닿아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점이 선이 되고 다시 면이 되고, 차원을 더해가며 추상이 더 이상 추상이 아니며 실체가 되어가는 그 순간,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 세상에 중첩되던 그 순간,

주인공을 마땅히 비추어야 할 핀 조명 하나만 떨어뜨려준다면 더욱이 영광스러울 그 순간

 

핀 조명은 아닌 것 처럼 보였지만,

모두의 눈을 사로 잡고 그 모든 시선을 하나로 이끌기엔 충분하여 핀 조명이라 해도 무방할만한 무언가가 이젤 위로 떨어지게 되었고,

공원의 지평선,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수평선, 이것을 가로지르는 이젤과소년

선 몇가지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그 광경에 새로운 선이 하나 추가되는 경이의 순간을 모두는 맞이하게 되었다.

 

그 선은 이내 곧 하나의 점이 되었고,

그 점은 소년이 5시간을 쉬지 않고 창조해낸 그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했으나

세상은 그 점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 저항감 속에 이내 곧 비산된 하나의 점.

그 형태는 마치 한 여름 깊은 밤에 펼쳐진 불꽃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하이라이트와도 같이 

널리널리 퍼져 마치 물방울에 산란된 빛처럼도 보였다.

 

그렇게 5시간의 공연은 드디어 마무리되었고,

그 소년을 사랑하던 부산의 시민들은 그에게 이름 하나를 붙여주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새똥이었다.

 

돌이켜보자면,

도대체 한 인격을 어느 한 동물의 배설물로 칭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긴 하지만,
이미 하나의 새똥으로 세상을 통하였기에 나의 결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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