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단히 기록 남길 술은 일라이저 크레이그 스트레이트 라이입니다. 이름 참 기네요.
종류는 라이 위스키입니다. 피트 중독자인 제가 이 술은 왜 가지고 있을까요 ?
연말은 겨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계절입니다.
이 술은 와인앤 모어에서 연말에 할인을 하길래 휘틀리 보드카 2병과 함께 냅다 주워온 술인데요.
사실 라이 위스키나 버번에 큰 관심이나 흥미는 없지만요.
제 오랜 친구가 요쪽을 좋아해서 한병 쟁여두었습니다. 집에 놀러오면 같이 한잔 하려구요 ㅎㅎ
그렇게 고이고이 모셔두다가 얼마 전 드디어 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일이 생겼고, 역시 마무리는 집에서 한잔이죠.
진열장에 있는 술 중에 어떤걸 원하냐고 물으니 역시 제일 먼저 이 술을 꼽더군요.
(다른 친구로부터 뜯지도 않은 술을 고른다고 너무하네 라는 쿠사리를 먹긴 했지만요 하하)
어차피 이 술은 이 친구와 마시려고 산거라서 저는 뜯는데 아무 아쉬움이 없었지만,
사내놈들이 그렇듯이 서로 물고뜯고 하면서 노는게 역시 제일 재밌어서,
이런 디테일한 구매 사유는 말하지 않고 쿠사리를 관전하며 이 술을 뜯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저는 이 술을 먹지 않았어요. 이 날 저는 라가불린 16년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생각이 나서 이 술을 꺼내어 이쁘게 밀봉해둔 파라필름을 뜯었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술 얘기는 안하고 일기를 쓰고 있네요...
그런데 이 술에 대해서는 별로 크게 할 말이 없어요.
그냥 달달함 그 자체의 술입니다.
향도 달고 맛도 달고 끝맛도 달고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일라이저 크레이그 ! (스트레이트 라이..!)
밤양갱보다 달까요 ?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위스키 쪽 세계에선 요놈이 밤양갱일지도요.
먼저 향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그 옛날 할아버지들이 즐겨 드시던 사탕이 먼저 떠오릅니다.
어린시절의 저는 그 사탕이 (뭔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맛있진 않았었는데요.
지금의 이 술의 향은 너무 좋습니다. 황설탕 같기도 하구요, 다크 초콜릿 같기도 하고..
이어서 콕 치고 들어오는 (진하거나 지나치지 않은)알콜향이라던가..
그 어떤..향의 레이어로 치면 이 달콤함 밑을 단단히 받쳐주는 젖은 나무의 향도 있습니다.
이 향에 대해 1초를 전체의 시간으로 보고 타임라인을 그려보자면..
황설탕&다크 초콜릿 0.8초..
알콜향 0.15초
사탕 수수향 0.05초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즉 향은 달콤으로 시작해서 달콤으로 끝납니다.
만약 이 향의 디퓨저가 있다면 저는 온 방안을 이향으로 가득 채울 것 같아요.
그 만큼 부드럽고 고급스러움이 공존하는 향기로움입니다.
다음으로 맛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한 마디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단맛만 난다' 입니다.
하지만 이 달콤함은요.
설탕의 그것보다는 꿀물의 달콤함입니다. 또는 설탕을 진득하게 풀어놓은 설탕물 같아요.
꽤나 끈적하구요. 달아요.
그리고 그 중에 매운맛도 조금 있는데 비율로 따지자면 단맛 91, 매운맛 9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탕 수수같은 단맛 같기도 하고..온갖 단맛은 여기서 다 납니다.
향을 맡으면서 동시에 마시면 진짜 후각 미각 모두 달달한게, 신기한 술입니다.
그렇다고 입에 오래 머금고 있으면 혀는 꽤 따가워지는 편입니다.
입에 남은 여운도 사탕 수수 같은 느낌이 많이 납니다. 꽤 오래 가는 편이구요.
총평, 달다.
전반적으로 달달한 맛 밖에 안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털어넣으면 그냥 단맛. 사탕 단 맛 같구요.
집중해서 음미해서 마시면 설탕, 꿀, 사탕 수수, 다크초콜릿 등 다양한 단맛이 느껴집니다.
끝맛, 여운은 꽤 긴편인데 꽤 부드러운 맛이라서 부담스럽지는 않은 향입니다.
결과적으로 뭐 하나 나쁘지 않아요. 향, 맛, 여운..
그런데 이게 모두 달달함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뭐..라이나 버번이 다 그런거지만.. 그래서 제가 버번을 잘 안 즐기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디감은 평균에서 조금 가벼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술을 사야되냐 말아야되냐 궁금하시다면,
지갑에 조금 여유가 있고, 라이 위스키가 궁금하신 분은 사볼만 해요.
라이 위스키 중에서는 그래도 조금 중심 잡혀있고 자기만의 기준이 있는 위스키 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나름 만족 스러워서 당분간 종종 꺼내 마실 것 같네요.
잘 만든 술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마저 마시러 가봐야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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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 크레이그 스트레이트 라이'는 아름다운 골드 컬러를 자랑하는 라이 위스키입니다. 은은한 버터 향을 느끼고, 한 입 들이켜보면 적당량의 스파이스와 시나몬이 조화를 이루는 묵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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